[대표기자 칼럼] 세제개편 양시론 넘어 공존론으로

씨이오뉴스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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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이재훈 CEONEWS 대표기자

[CEONEWS=이재훈 대표기자] 역사의 수레바퀴, 2025 세제개편안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 '정치'와 '경제' 사이 절규하는 K-성장의 비명이 아우성인 지금 세제개편을 양시론적 시각이 아니라 공존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 2025년 세제개편안이 확정 발표됐다. 표면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확보와 공평 과세를 내세운 정부의 정책이지만, 그 이면엔 대한민국 미래를 좌우할 ‘폴리코노미’의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법인세율 인상,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라는 정부의 칼날에 경제계는 ‘투자 심리 위축’과 ‘글로벌 경쟁력 약화’라는 경고로 맞서고 있다.
이 대립은 마치 성장을 위한 발판을 놓고 벌이는 소모적인 ‘제로섬 게임’과 같다. 한쪽이 이기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피해를 입는다는 낡은 사고방식. 우리는 언제까지 이 굴레에 갇혀 있어야 하나? 과거 CEONEWS가 K-반도체 산업의 성공 방정식을 논하며 "세제 혜택과 간접 지원뿐인" 정부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듯, 이번에도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이대로 괜찮은가? 이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증세나 감세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대담한 ‘세제 혁명’이다.
■‘증세(增稅)’의 칼날과 재정의 허기(虛飢)
정부가 세제개편안의 핵심 축으로 법인세율 인상과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를 꺼내든 배경은 명확하다. 재정의 허기(虛飢)를 채우려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의 복지 수요 증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증대 등 갈수록 늘어나는 재정 지출 요구에 안정적인 세수 기반 확충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정부는 이를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했던 '부자 감세'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 설명한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022년 수준인 25%로 되돌리고,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10억 원으로 강화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하지만 이 ‘정상화’라는 정치적 수사에는 중대한 경제적 모순이 숨겨져 있다. 정부는 2022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상이라고 주장하지만, 객관적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2022년 대한민국의 GDP 대비 법인세 부담률은 5.4%로, OECD 통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이자 OECD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는 감세정책 시행 전부터 이미 기업들이 국제 표준을 훨씬 뛰어넘는 세금 부담을 안고 있었다는 뜻이다.
세금 제도의 ‘정상’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제 규모와 국제 경쟁력, 그리고 기업의 담세 능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022년의 과도한 법인세 부담을 ‘정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에 가깝다. 법인세율을 1%p 올리는 이번 결정은 단기적 세수 확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이미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는 기업에 더 큰 짐을 지워 장기적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위험이 크다. 이는 성장의 파이를 키우기보다 쪼개는 데 급급한 근시안적 정책에 불과하다.
■글로벌 무대에서 뒤처지는 한국의 자화상
경제계는 이러한 정부 정책에 즉각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는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시투자세액공제 종료는 기업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기업의 우려는 단순한 ‘투정’이 아니다. 국제적 추세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한국의 독자적 행보가 초래할 파급 효과에 대한 합리적인 예측이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OECD 국가들의 명목 법인세율은 꾸준히 하락하거나 안정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세제는 단순히 재원을 조달하는 수단이 아니다. 기업과 자본을 유치하고, 투자를 촉진하는 핵심적인 ‘국가 경쟁력’의 한 축이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법인세 인하 또는 유지를 통해 자국 기업의 조세 경쟁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 한국만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스스로 불리한 위치에 서는 것과 같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직접적인 부담을 넘어,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고 외국 자본의 유입을 가로막는 ‘이중의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거대한 글로벌 무대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선수가 핸디캡을 안고 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성장의 열매'를 키우는 새로운 세제의 비전
정부와 기업의 대립은 소모적이다. 우리는 이제 증세와 감세라는 낡은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성장'이라는 파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새로운 세제 패러다임을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존 세제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구조적 개혁을 제안한다. 이미 과표 양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했음에도 유지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은 비효율적인 조세 지출을 정비해야 한다. 또한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에 대비해 인공지능(AI)과 로봇에 대한 새로운 세목(소위 ‘로봇세’, ‘AI세’)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현행 유산세 방식의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고, 배우자 공제 한도를 물가와 연동하여 현실화하는 방안 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세제혁명 방향 세 가지 제언
CEONEWS는 이 위기의 시대에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대담한 세제 혁명의 방향을 세 가지로 제언한다.
첫째, 선택적 감세와 스마트 증세라는  '이중엔진’ 세제 전략이다. 법인세율을 일률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대신, 정부와 기업이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한 미래 전략 산업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국가전략기술 사업화시설로 지정하고, K-콘텐츠 제작비용에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등 미래 먹거리 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동시에, 목적을 달성했거나 비효율적인 조세 지출을 정비해 확보한 재원을 이 같은 미래 투자에 재투입하는 '스마트 증세'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선택적 감세'와 비효율을 걷어내는 '스마트 증세'라는 두 개의 엔진을 동시에 가동하는 것이다.
둘째,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구조 개편이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환원하는 것은 단순한 규제 강화일 뿐이다. 이는 연말마다 대주주 회피를 위한 '매도 폭탄'을 유발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결국 장기 투자를 방해할 수 있다. 대신, 자본 시장의 본질적인 활력을 높이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한국의 '대주주' 중심의 과세 체계는 시장의 비정상적인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프랑스처럼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해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 투자자들에게 ‘단타’가 아닌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주주' 기준을 재조정하는 대신, 장기 보유 주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신설해 묻지마 투자를 억제하고 가치 투자를 장려해야 한다. 둘째, 증권거래세와 양도소득세의 이중 과세 논란을 해소하고, 증권거래세 인하 추세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거래세를 폐지하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고배당 기업 투자자에 대한 분리과세 정책을 확대하여 기업의 배당 확대를 유도함으로써, 자본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세원’ 발굴을 위한 구조적 혁신이다. 정권 교체에 따라 세제가 흔들리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폐지하고 ,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상설 전문가 기구를 신설해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세법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미래 산업 환경과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로봇세'나 'AI세' 등 새로운 세목을 도입하고, 상속세와 같은 기존 세제를 공정한 시대적 가치에 맞게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에 대한 세법 교육을 의무화하여 , 전문가들이 만든 세제가 정치적 논리에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성공의 방정식"은 실행에 있다
이번 세제개편안 논쟁은 단순한 재정 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어떤 나라로 나아갈 것인지, 그 비전을 묻는 중대한 기로다. 정부의 단기적 세수 확보 논리도, 기업의 방어적 경영 논리도 모두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성공의 방정식은 실행에 있다. 이제는 낡은 프레임을 깨고, 대담한 실행에 나서야 할 때다. 정부는 재정의 허기를 채우는 대신 성장의 파이를 키우는 혁신적인 세제를 디자인하고, 기업은 그 성장의 과실을 나누는 상생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함께할 때에만, 우리는 미래의 K-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지속 가능한 번영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실행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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