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션시장 침체에도 기존 고가 브랜드 강화
- 지난해 영업이익 635억원…3년 새 62% 하락
- 사업 다각화 및 대체 사업으로 보완 노력 소극적
- 한섬 관계자 “해외 인지도 올라 향후 매출로 이어질 것”
![[그래픽=황민우 기자]](https://cdn.tleaves.co.kr/news/photo/202510/8261_15043_5255.jpg)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이 고급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줄고 패션 시장이 어려워졌지만 한섬은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겠단 생각이 강하다.
경쟁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힘쓰는 행보와 달리 한섬은 기존 고급화 전략을 고수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프리미엄에 치중하는 전략이 현 시장에선 크게 통하지 않아보인단 점이다.
한섬, 프리미엄 전략 고수
국내 패션 시장은 고물가와 경기 둔화 여파로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패션·잡화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가량 감소했다. 지난 6월 기준 온라인 판매액도 패션·의류 부분은 약 1% 줄었다.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의류 구매를 미루는 분위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한섬은 기존 주력인 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계속해서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전략이 당장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한섬은 오히려 이를 통해 향후 실적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한섬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모두 프리미엄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섬은 최근 3년간 해외 패션 브랜드를 국내에서 론칭했다. 미국 뉴욕 기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키스(Kith)’를 비롯해 미국 프리미엄 데님 브랜드 ‘리던(RE/DONE)’, 70년 전통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아뇨나(AGNONA)’ 등이다.
반대로 국내 고가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시스템’, ‘타임’ 등은 해외에서 입지를 강화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시스템·시스템옴므’는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했으며 지난해부터 ‘타임(TIME)’은 파리 현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한섬은 이를 통해 프랑스 파리를 전초기지 삼아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영업망 확대 등을 통해 해외에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최근에는 태국에서도 패션쇼를 여는 등 한섬은 동남아 시장도 넘보고 있다.
실적은 미미...다각화 흐름 상반돼
![한섬. [그래픽=황민우 기자]](https://cdn.tleaves.co.kr/news/photo/202510/8261_15044_5315.jpg)
한섬이 고수하는 프리미엄 전략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섬은 영업이익이 지난 2022년 1683억원에서 1005억원(2023년), 635억원(2024년)으로 3년 새 62%나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업이익이 2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다.
물론 업황 영향이 큰 만큼 실적이 하락한 건 한섬만이 아니다. 다만 경쟁사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성장 동력을 강화하거나 패션 부문이 부진한 경우를 상쇄할 수 있어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갤럭시·A세컨즈 등 고급 및 캐주얼 브랜드를 가지고 셀럽 마케팅, 협업 상품 출시, 신규 브랜드 발굴 등으로 상품력 강화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6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부분에서 영업손실 4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한섬과 비슷하게 자체 브랜드를 리브랜딩해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다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한섬과 달리 뷰티 부문이 고성장을 이루면서 패션에 치중됐던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뷰티 브랜드인 어뮤즈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LF는 금융·식품 부문 등 다방면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패션 브랜드 포트폴리오도 다양하게 넓히면서 선방했다. LF는 남성복·여성복·스포츠·골프웨어 등 다양한 브랜드로 경기 변동성 및 소비자 심리 변화에도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LF의 패션 부문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04% 증가했다.
패션 중심 매출 줄었지만 입장 ‘그대로’
위 내용을 토대로 보면 경쟁사인 다른 국내 패션 회사들은 업황 부진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패션만으로 승부를 보진 않고 있단 얘기다.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다양한 마케팅과 협업 상품 등을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상품 경쟁력 제고와 함께 고객과의 소통을 확대해 내실을 강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른 패션업계 관계자는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보니 경기 변동성이 크거나 소비자 심리가 바뀌더라도 서로 보완이 되면서 굳건히 (매출을) 유지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패션 전략에만 몰두하는 한섬은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거나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지 않는 이상 당장 수익성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 한섬은 지난해 화장품 브랜드 ‘오에라’를 운영하는 자회사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했지만 해당 브랜드는 수익을 타개할 만한 수준은 못된다.
패션 부문에서 90% 이상 매출이 발생하는 한섬은 매출액이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5422억원, 1조5286억원, 1조4853억원으로 감소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매출 하락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한섬은 매출액이 71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줄었다.
그럼에도 한섬은 여전히 기존 프리미엄 전략을 활용한 기대만 높을 뿐 이외 사업은 부차적으로 보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자사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면서 해외 브랜드의 경우에는 프리미엄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국내로 유입시켜 론칭해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한섬은) 해외에서 인지도와 영업망 등이 높아지고 있으며 현지에서 매장을 오픈하는 등 큰 성과를 이루고 있어 향후 매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화장품 부문은) 같이 동반 운영을 하고 있긴 하지만 사업을 확대했다기보단 매출 확대를 위한 하나의 부가적인 카테고리”라고 덧붙였다.
박달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