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정무위 국감 첫 출석
-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 ‘계획적’ 기업회생 증거 공개
- 내달 10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제출일…홈플 사태 안갯속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 [그래픽=황민우 기자]](https://cdn.tleaves.co.kr/news/photo/202510/8278_15051_646.jpg)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처음 참석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상황을 되레 악화시킨 양상이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 속 시원하게 해명된 건 없었다.
김 회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운영엔 관여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앞선 사재 출연 계획에도 전제조건이 달려있어 지적을 받았다.
책임이란 단어를 꺼내면서도 줄곧 두루뭉술한 답변에 김 회장은 이내 비판에 직면했다. 국감에서 공개된 녹취록으로 사기 의혹이 재점화되며 홈플러스는 또 한 번 앓게 됐다.
득보다 실 컸던 국감 출석
김 회장이 지난 14일 정무위 국감장에 서자 이목이 집중됐다. 홈플 사태가 일어나고 수많은 논란이 일던 가운데서도 공석에 서지 않았던 김 회장이 국감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서다. 이번 국감에선 단골 증인들이었던 금융지주회장‧은행장들이 소환되지 않으면서 김 회장은 더욱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국감에 나온 이후 김 회장과 MBK에 대한 신뢰는 오히려 보다 마이너스가 된 양태다. 김 회장은 홈플 사태와 관련해 논란을 잠재우기는커녕 신문을 받는 내내 책임을 면피하려는 듯한 발언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홈플 사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면서도 홈플러스 운영에 관한 질의들에는 “제 소관이 아니다” 또는 “수사 중인 사항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부동산 처분을 통한 투자금 회수 논란을 비롯해 납품대금 보증 책임, 기업회생 결정 과정 등에 대한 질의에도 “내가 관여한 부분이 아니다”라며 선 긋기에 급급했다.
전단채 피해자들을 위한 사재출연과 관련해서도 김 회장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세계적인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대한민국 부자 1위라고 하는데 사재출연을 왜 못하는지 묻자 김 회장은 “법인 가치를 매긴 것 같은데 저희는 비상장사라 주식을 팔아 유동화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홈플 사태와 관련해 줄곧 명쾌한 답변이 없었던 김 회장은 되레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도록 도와달라고도 발언했다. 이에 김 회장은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으로부터 “국회와 정부에 M&A를 도와달라는 게 말이 안 된다”라며 “국회에 대한 모독”이란 질타를 받았다.
계획적 기업회생 재논란
![MBK파트너스. [그래픽=황민우 기자]](https://cdn.tleaves.co.kr/news/photo/202510/8278_15052_728.jpg)
김 회장이 책임을 발뺌하는 태도로 일관하던 상황에서 홈플러스 기업회생이 계획적이었다는 주장도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기업회생 신청 전부터 경영이 악화돼 있었다는 홈플러스 전 임원 증언이 담긴 녹취본을 공개하면서다. 그간 홈플러스는 올해 유동성 문제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기업회생 신청을 했다는 입장이었다.
녹취본에 따르면 MBK가 기업회생을 신청했던 지난 3월 4일 이전부터 홈플러스는 협력업체 대금 지급을 수차 연기했다. 지난해 5~6월에는 대금 지급을 잠시 중단하기까지 했다. 같은해 추석 즈음엔 다시 대금을 연기하고 나중엔 이자율을 15%로 두배가 되도록 높일 정도로 자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홈플러스 경영진도 악화된 재정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미리 기업회생을 준비했을 거란 추론이 어느 정도 맞다는 얘기다. 다만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도 시원한 답변은 없었다. 기업회생 이전부터 경영 상황이 계속 나빴던 게 아니냐는 민 의원 질의에 홈플러스 김광일 대표는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은 갑작스러운 신용등급 하락에 의한 부도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라는 주장만 반복했다. 앞서 김 회장도 기업회생과 관련해 “(본인은) 권한이 없다”고만 했다.
기업회생이 계획적이었다는 증거가 녹취본이라면 이는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ABSTB) 발행 또한 사기라는 주장을 입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홈플러스가 상환 능력이 없는 걸 알면서도 돈을 빌린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MBK가 지난 4월 홈플 사태와 관련해 사기 혐의로 받고 있는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거라 관측된다. 현재 전단채 피해 규모는 4000억원에 달한다.
민 의원은 기발행 미상환 유동화 증권 내역을 토대로 홈플러스가 대금지급을 지연하던 시기에 전단채 피해자들로부터는 지난 2월 4일‧10일‧17일‧25일에 걸쳐 90억‧250억‧240억원을 빌리고 특히 지난 2월 20일에는 850억원까지 빌린 부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은 “변제의사와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빚을 내면 명백한 사기가 아니냐”며 “(수사에서) 쉽게 넘어가지 못할 거란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경고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ABSTB)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이의환 집행위원장은 “제 눈에는 김 회장이 부자가 아닌 사기 채권발행 운영사의 회장처럼 보인다”라며 “김 회장은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홈플러스 또한) 영업의 지속가능성에 기여한 거면 공익채권으로 취급하겠다며 지난 2월 25일 우선변제해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금까지 아무런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벼르는 국회
이번 국감 이후 국회는 MBK를 상대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국감 다음날인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MBK에 대해 “국민과 국회를 기만했다”라며 “입법부가 우습게 보이냐”고 책망했다. 김 원내대표가 지난달 만난 김 회장은 우선협상 대상자가 있어 점포 폐업을 유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막상 국감에서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서다.
또한 김 원내대표는 김 회장이 민주당과 회의 후 수일 만에 인수자 공개모집으로 전환하며 ‘먹튀’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며 약속한 사재 5000억원 출연 또한 실제로는 조건부이거나 보증을 제시한데 불과함을 꼬집었다. 김 원내대표는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는 뻔뻔함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힐책했다.
앞서 김 회장은 홈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총 5000억원을 증여한다고 강조했으나 이는 실질적 지원이 아닌 면피성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대출 연대보증 형태로 지원하는 금액이 큰 데다 지난달 2000억원을 현금으로 증여하겠단 계획은 홈플러스가 지속 가능한 영업이익을 창출할 경우라는 조건을 달아 매각이 이뤄지면 더 어렵게 돼서다.
현재 녹취록으로 사실상 사기 의혹과 관련한 증거자료가 나온 만큼 김 회장 행보가 순탄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홈플 사태 해결 또한 난항이 예상된다.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인 내달 10일까지 기업 인수희망자를 구하지 못하면 청산 절차를 밟게 될 수 있다. MBK와 홈플러스는 이달 내로 기한 연장을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더리브스와 통화에서 “(이번 국감에서) 민 의원이 녹취본을 공개한 건 굉장히 큰 사건이라고 보는 게 홈플러스가 지난해부터 어렵다가 신용등급 하락을 핑계로 기업회생 신청한 것뿐이지 실제로는 이미 다 징조가 있어 준비했다는 결론이 되기 때문”이라며 “(홈플러스) 정규직분들에게 물어봐도 지난해 추석 전후에 실제로 이자를 더 주는 조건으로 납품업체 돈을 제대로 결제하지 않는 등 그때부터 상당히 어려웠다는 얘기는 여러 곳에서 진술이 나오고 있어 민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실 관계자는 더리브스 질의에 “(국감 당시는) 국회가 검증을 요구했다고 보면 되고 이를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라며 “(김 회장은 홈플 사태 관련) 아무 잘못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한 데에 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더리브스는 MBK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양하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