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의 서쪽은 동쪽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그 속에는 제주의 진짜 얼굴이 숨어 있는 곳인데요. 관광지로서의 번잡함보다는, 조용하고 자연 그대로의 분위기를 간직한 공간들이 많아 가을 여행지로서 더욱 매력적입니다. 특히 10월, 늦더위가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 시기에 제주 서쪽은 바다와 오름, 그리고 걷기 좋은 길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여행자를 맞이하는데요.
제주의 가을은 단풍이 붉게 물들지 않더라도, 황금빛 억새와 짙어진 하늘빛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감성을 자아냅니다. 서쪽은 그런 계절의 감각을 가장 잘 담아내는 장소인데요. 평소 제주 동쪽이나 남쪽 위주의 여행을 즐기셨다면, 이번 가을엔 조금 더 여유롭고 이국적인 풍경이 가득한 서쪽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오늘 여행톡톡에서는 현지인이 적극 추천하는 제주도 서쪽 가볼만한 곳 BEST 4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바리메 오름

바리메 오름은 제주 서쪽에서 비교적 덜 알려진 오름으로,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가을을 느끼기에 딱 좋은 곳인데요.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 가볍게 오르기 좋지만, 정상에 다다르면 탁 트인 풍경과 함께 제주 서쪽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져 감탄을 자아냅니다.
10월의 바리메 오름은 억새가 서서히 피어나며 가을 분위기를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산책하듯 오르다 보면 주변의 감귤밭과 농촌 풍경도 함께 내려다보이며 제주의 시골 정취가 느껴지는데요.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선선해 오름의 매력이 가장 돋보이는 시기입니다.
이 오름의 장점은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자연스러움에 있는데요. 이정표나 계단 같은 시설이 최소화되어 있어 오히려 더 자연 속에 들어온 느낌을 줍니다. 10월의 바리메 오름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원하는 여행자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명소입니다.
2. 사계 해안

사계 해안은 산방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안도로로, 드라이브뿐 아니라 가을 산책을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인 장소인데요. 바다 옆으로 길게 이어진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푸른 바다와 대비되는 하늘, 그리고 저 멀리 우뚝 솟은 산방산의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10월의 사계 해안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고 햇살이 부드러워, 걷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가 이어집니다. 여름철보다 관광객이 줄어 한적하고, 해안선을 따라 걷는 동안 들리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귀를 채우는데요. 도심에서 느끼기 어려운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사계 해안은 해 질 무렵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붉게 물든 노을이 바다 위로 떨어지며 온 세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적인데요. 짧은 가을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곳에서의 일몰 산책은 빼놓지 말아야 할 경험입니다.
3. 수월봉

제주도 수월봉은 바다 위에 솟아 있는 해안 절벽으로, 제주의 지질학적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명소인데요. 정상에 올라서면 수평선 너머로 펼쳐지는 바다 풍경이 끝없이 이어져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을 선사합니다.
10월의 수월봉은 억새로 가득 차 있는데요. 이 시기에는 바람결에 따라 억새가 일렁이며 은빛 물결을 이루는 장관이 펼쳐집니다. 걷는 내내 바람은 상쾌하고, 탁 트인 바다와 억새가 만들어내는 조화는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수월봉의 매력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뿐만이 아닙니다. 아래쪽으로는 해안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가볍게 걷기에도 좋고, 가을빛이 더해진 풍경을 좀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데요. 특히 해가 지는 시간에는 바다 위로 퍼지는 빛이 환상적이어서 감성 여행지로도 제격입니다.
4. 고내리 바닷길

고내리 바닷길은 제주시와 가까우면서도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조용한 해안 산책로인데요. 바다 옆으로 이어진 소박한 길과 작은 어촌 풍경이 어우러지며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걷는 내내 시야를 가로막는 것이 없어 바다와 하늘을 그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10월의 고내리 바닷길은 선선한 날씨 덕분에 오랜 시간 걷기에도 부담이 없고, 길을 따라 이어지는 바위 지형과 해변이 독특한 풍경을 선사하는데요. 곳곳에 자리한 낚시꾼들의 모습과 갯벌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풍경은 전형적인 제주 어촌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길의 특별함은 조용하고 단순한 데에 있습니다. 바다를 옆에 두고 아무 말 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마음속의 번잡함도 함께 사라지는데요. 화려하진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고내리 바닷길은 10월에 꼭 한 번 걸어봐야 할 진짜 제주다운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