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간을 닮은 기계, 기계를 닮아가는 인간

메디먼트뉴스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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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영화 '애프터양(After Yang, 2022)' 포스터
영화 '애프터양(After Yang, 2022)' 포스터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2022년 개봉한 코고나다 감독의 영화 <애프터 양>은 SF라는 장르적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최첨단 기술의 향연보다는 그 기술이 스며든 삶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기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색적인 드라마이다. 콜린 파렐, 조디 터너 스미스, 저스틴 H. 민 배우 등이 출연하여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는 안드로이드 인간 양이 갑작스럽게 작동을 멈추자, 그의 가족인 제이크가 양을 수리하려 애쓰는 과정에서 양의 특별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이 기억 장치를 통해 가족들은 양이 어떤 삶을 살았고, 무엇을 느끼고 기억했는지 들여다보게 되면서 기계에 불과했던 양의 존재와 그들이 나눈 유대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은 관객에게 사랑과 애도의 대상이 과연 인간에 국한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지며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애프터 양>은 일반적인 SF 영화들이 미래 시대의 첨단 과학기술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대신 영화 속 제이크 가족의 집과 의상에서 느껴지는 동양적인 미감처럼, 안온하고 균일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절제되고 세련된 미학을 선보인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고요하고 사색적이며, 정교하게 계산된 구도와 부드러운 색채는 명상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코고나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기술 사회의 이면에 감추어진 어둠, 그리고 문화적 정체성과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섬세하게 탐구한다. 인공지능이 단지 도구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나누는 가족의 일원이었음을 인정하는 가족의 모습은 진정한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슬픔과 애도, 그리고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술의 발달과 함께 변모하는 인간다움의 의미를 탐색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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