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젤렌스키에 "푸틴 조건 수용하라" 압박…백악관서 고성 오가

모두서치 20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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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지난 1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전쟁 종식 조건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며 고성이 오가는 등 회의가 극도로 긴장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FT는 회담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양국 정상 간 대화는 여러 차례 고성이 이어지는 '언쟁'으로 번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내내 거친 욕설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선 지도를 내던지며 젤렌스키에게 "돈바스 지역 전체를 푸틴에게 넘기라"고 요구했고, 전날 푸틴과의 통화에서 들은 러시아 측 발언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끝내 트럼프를 설득해 전선 동결안으로 입장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FT는 "이번 회의는 트럼프가 전쟁 문제를 얼마나 즉흥적이고 변덕스럽게 다루는지, 푸틴의 '최대주의적 요구'에 얼마나 쉽게 동조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이끌어낸 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새로운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열렸다. 젤렌스키는 장거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지원을 요청했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절했다.
앞서 트럼프는 "푸틴이 협상에 나오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보낼 수 있다"고 발언해 이번 회담에서 토마호크 지원 논의에 관심이 쏠렸었다.
유럽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는 회의 중 푸틴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으며, 최근 자신이 언급했던 '러시아의 약세' 발언과도 모순되는 태도를 보였다. 한 유럽 관리는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합의하지 않으면 파괴될 것이다. 푸틴이 원한다면 그는 너희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전쟁 종식에 자신이 있다"며 "푸틴은 결국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며 이미 일부 지역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푸틴은 지난 16일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새로운 제안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가 현재 통제 중인 돈바스 동부 지역을 러시아에 넘기는 대신, 남부 최전선의 일부 지역(헤르손과 자포리자)의 작은 구역을 양도받는 내용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아직 완전히 점령하지 못한 돈바스를 내주는 것은 "절대 수용 불가"라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의회 외교위원장 올렉산드르 메레즈코는 "싸움 없이 돈바스를 러시아에 넘기는 것은 국민에게 용납될 수 없다"며 "푸틴은 이 사안을 이용해 우크라이나 내부 분열을 조장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트럼프가 푸틴의 논리를 그대로 반복했다는 보도는 유럽 동맹국들의 우려를 키웠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최근 푸틴이 협상에 소극적이자 불만을 드러내며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번 회의로 그러한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백악관 회의에 정통한 유럽 외교 관계자 3명은 "트럼프는 회의 내내 젤렌스키를 몰아붙이며 푸틴의 논리를 반복하고 러시아의 제안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젤렌스키가 회의 뒤 극도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더 이상 낙관적이지 않고, 다음 단계를 현실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전쟁 종식을 위해 미국과 유럽, G20, G7 등 주요국들의 결단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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