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교육청이 중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두고 민원으로부터 보호해주지 못한 관리자들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으나 합의한 징계 수준은 경징계에 머물러 솜방망이 처분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교육청 감사관실은 4일 오후 청사에서 '교사 사망 사건 진상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었다. 감사관실이 'A교사 사망 사건' 진상조사반을 이끌고 있다.
조사반장인 강재훈 감사관은 이날 "학교 측은 민원대응팀이 작동됐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교장이 민원인 통화 내용을 고인(A교사)에게 알리지 않고 민원 해결에 대한 일정 및 대책에 대해 공유하지 않았다"며 "학교장이 끝까지 책임지고 민원을 처리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장이 민원인과 전화로 민원 내용을 청취했다고 진술했으나 학교 대표전화로 이뤄져 녹취 등 객관적 자료가 남아 있지 않으며 민원 해결 방안, 대응 조치, 후속 대책 논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어떤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상조사반은 관련 대책이 공유되지 않은 점 등을 토대로 학교 민원대응팀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지난 7월 교감이 작성한 사건 경위서에 대해서도 '실제 통화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허위 기재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작성된 해당 경위서는 국회 국정감사에도 제출됐다.
A교사가 사망 3일 전인 5월19일 병가를 쓰고 싶다고 학교 측에 요청했으나 이를 인지한 교감이 전화를 걸어 '민원을 먼저 해결하고 쓰라'는 식으로 병가 사용을 제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교감은 경위서에 'A교사가 민원을 해결하고 병가를 쓰겠다고 함'이라고 마치 자발적인 것처럼 꾸며 작성했다. 교감은 이에 대해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작성했으며 통화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교무부장으로부터 들은 내용과 혼동해 기재헀다'고 진술했다.
진상조사반은 교감 진술에 대해 그가 대략적으로 나마 통화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교감 자신의 진술 중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분은 누락하고 교무부장으로부터 들은 내용과 인지한 내용을 혼합해 결론 위주로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실 왜곡 의도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객관성과 신뢰성이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제주도교육청은 전날 내부 직원으로만 구성된 감사처분위원회를 개최해 교장에 대해 '감봉', 교감에 대해 '견책'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교사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관리자에 대한 잘못이 밝혀졌지만 처분 수위가 경징계 수준에 그쳐 솜방방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강재훈 감사관은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책임자들의 행위가 A교사가 사망한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라며 "해당 중학교가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징계 요청 공문을 학교 사학법인 측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마저도 징계권자가 사학법인이기 때문에 교육기관이 강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은 정상 출근하고 있다.
A교사는 지난해부터 올해 5월까지 중학교 3학년 부장교사, 담임, 교과 등 학기초부터 업무강도가 매우 높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졸업 앨범 제작, 고입 진학지도, 학부모 상담, 학생 생활지도 총괄, 현장체엄학습 계획·운영, 교과 핵심 준비 등 핵심 업무를 병행했다고 진상조사반은 전했다.
동료 교사들로부터 A교사가 업무를 혼자 책임지려는 경향이 있었다는 진술도 나왔다.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일을 했지만 시간외 근무 신청을 잘 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접수됐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사망 이틀 전인 5월21일까지 A교사의 공식 초과근무 시간은 50시간23분이고 학교 출입 시스템을 통해 확인된 미신청 연장근무는 25시간9분으로 나타났다. 교직원시스템 기록 상 연장근무 시간은 64시간20분이다. 이를 토대로 한 시간외 근무 시간은 총 139시간52분으로 추산됐다.
과도한 격무에 시달렸음에도 A교사는 휴가를 한 번 내지 않았다. 지난 5월4일부터 21일까지 피부 질환에 따른 수술 및 두통 등을 겪어 10여차례의 병원 진료를 받았다. 대부분 휴일이나 퇴근 후에 치료를 해 병가 또는 조퇴를 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 감사관은 "학교 민원대응팀의 민원 처리가 최종까지 이뤄지지 않아 고인이 민원으로부터 보호 받지 못했다"며 "고인이 민원 스트레스 및 여러가지 질병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고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못한 학교 관리자의 복무 처리 과정이 있었다"고 종합 의견을 밝혔다.
또 "업무 과중으로 부담감이 증가했으며 학생 지도 과정에서 보호자의 민원 제기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해 이 같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 2일 종합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협박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학생 측 민원인 B씨에 대한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결과 에 따르면 A교사는 지난 3월부터 B씨와 총 47건의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가르치던 학생 C군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마찰을 빚었고 B씨가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항의성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는 A교사에게 '왜 폭언했냐'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겠다' 등으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교사가 숨지기 일주일 전에는 밤 시간대 4차례 이상 통화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A교사가 생전 B씨로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인정되지만 이 같은 B씨의 행위가 사회 통념 상 범죄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제주시교육지원청은 지난 10월13일 지역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민원인에 대해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인정하고 특별교육 8시간을 의결했다.
A교사는 지난 5월22일 0시26분께 재직 중인 중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가 작성한 유서에는 '민원인으로부터 힘들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