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원유 수입 구조가 여전히 중동 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동 의존도는 여전히 70%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 취약성이 지속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무역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원유 수입액 기준 우리나라의 중동 의존도는 큰 변화 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각각 85%, 81%로 80%대를 기록했다. 이후 2018년 73%, 2019년 70% 등으로 다소 낮아졌지만 최근까지도 70% 안팎의 비중이 이어지고 있다.
2023년에는 72%, 2024년에는 71%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도 약 69% 수준으로 여전히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정부는 원유 수입 구조의 편중을 완화하기 위해 2015년부터 ‘원유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중동 외 지역에서 원유를 들여올 경우 발생하는 추가 운송비를 환급해 주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리터당 16원 범위의 석유수입부과금 한도 내에서 중동 대비 운송비 초과분을 환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미국과 아프리카, 중남미 등으로 수입선을 확대해 중동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환급 규모는 연간 약 1700억 원 수준이다.
제도 도입 이전인 2014년과 2015년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각각 약 78%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일정 부분 의존도가 낮아졌지만 최근까지도 70% 안팎을 유지하며 구조적 변화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은 국내 석유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 이후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이란과 미국 간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되며 국제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세계 주요 산유국의 원유가 지나가는 핵심 해상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 충돌이 확대될 경우 원유 운송 차질로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전날 기준 서울 지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36원으로 집계돼 일주일 전보다 81원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휘발유 가격이 다시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유 수입 상위 국가도 대부분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기준 수입 상위 5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쿠웨이트 순으로 나타났으며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는 모두 중동 산유국이다.
정부는 비축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축유를 약 208일분 확보하고 있어 수개월 동안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유 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