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이 중동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사형제를 전면 폐지했다. 2004년 이후 사실상 사형 집행을 중단해온 데 이어 법적으로도 사형제를 없애는 결정을 내렸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레바논 의회는 사형제를 폐지하고 이를 대체하는 형벌로 중노동을 수반하는 종신형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표결 처리했다.
전체 의원 128명 가운데 무장 정파 헤즈볼라 소속 의원들을 제외한 과반이 법안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바논 의회 의장실은 성명을 통해 사형 폐지를 골자로 한 법안이 일부 수정 절차를 거쳐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레바논은 중동에서 사형제를 전면 폐지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레바논에서는 살인과 테러, 간첩 등 중대 범죄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었지만 실제 집행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레바논은 2004년 1월부터 사형 집행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후 법원에서 수십 건의 사형 판결이 내려졌지만 집행이 유예되거나 형량이 감경됐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레바논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인원은 85명이다.
레바논 정부는 이번 사형제 폐지가 인권 측면뿐 아니라 다른 국가와의 사법 공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델 나사르 레바논 법무장관은 이번 결정을 “역사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레바논에 사형제도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사형을 금지한 일부 국가로부터 범죄 용의자를 인도받지 못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서도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럽연합(EU)은 레바논의 사형제 폐지에 대해 중동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 강력한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엑스(X)를 통해 레바논이 민주적 가치와 자유를 지켜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며 모범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레바논이 오랜 기간 이어온 사실상의 사형 집행 중단을 법적 폐지로 전환하면서 이번 결정이 중동 지역의 사형제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