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의 빈자리가 커진 '지스타 2026'이 참가사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콘텐츠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게임과 맞닿은 AI, 웹툰, 모빌리티 분야로 전시 범위를 넓히는 한편 G-CON과 인디 쇼케이스 등 조직위원회가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을 전면에 배치한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스타 2026'의 전시장 구성과 주요 프로그램, 운영 방향을 공개했다. 올해 행사는 11월 19일부터 22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다. BTC 전시는 나흘간, BTB 전시는 21일까지 사흘간 운영한다.
올해 지스타가 내건 핵심 전략은 '산업과 타깃 오디언스의 외연 확장'과 '인하우스 콘텐츠 확대'다. 국내 게임산업이 모바일 중심에서 콘솔과 글로벌 시장으로 이동하면서 개별 게임사의 신작 공개 주기가 길어진 만큼 참가사 출품작만으로 전시의 성격을 결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조직위 관계자는 "과거 모바일게임이 대세였던 시기와 비교하면 콘솔게임 개발사는 지스타에 참가할 만한 계기가 5년에 한 번, 10년에 한 번으로 제한될 수 있다"며 "참가사에 따라 전시 콘텐츠가 달라지는 구조에서 벗어나 지스타를 방문하면 일정한 경험과 인사이트, 재미를 얻을 수 있다는 위치를 구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주요 회원사의 불참을 둘러싼 질문도 이어졌다. 이날 공개된 제1전시장 BTC 참가사 명단에는 크랙을 비롯해 구글플레이, 웹젠, 팀42, 호요버스, 넷이즈게임즈, 빌리빌리 게임, 센추리게임즈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게임산업협회 부회장사와 이사사 상당수가 빠지면서 국내 대형 게임사의 참여가 예년보다 줄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영기 지스타조직위원장은 국내 대형 게임사와 해외 게임사의 참가 숫자를 기준으로 행사를 평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선 기업이 늘어난 만큼 국내외 기업을 양분하는 기준도 현재 산업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국내 대형 게임사가 얼마나 참가했는지, 해외 게임사가 얼마나 참가했는지를 따지는 이분법적인 행사가 아니라 참가 기업과 관람객이 만족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드웨어 규모로 다른 글로벌 전시회와 경쟁하기보다 지스타만의 차별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날 발표된 명단이 최종 라인업은 아니다. 조직위는 비밀유지계약이 해제돼 현재 공개할 수 있는 기업만 1차 명단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 추가 참가사가 있으며 구체적인 규모와 전시 내용은 9월 공개할 예정이다.
벡스코의 공간적 한계도 대형 참가사를 무한정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로 제시됐다. 조직위는 제1전시장에 배치할 수 있는 100부스 규모 전시 공간을 6곳 정도로 보고 있다. 대형 부스가 먼저 배치되면 이후 참가를 희망하는 기업이 있어도 동선과 공간 문제로 수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한국 게임산업의 전반적인 위기 상황도 거론했다. 그는 "각 회사의 현안과 판단에 협회나 협회장이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산업이 다시 좋아지면 이런 문제도 줄어들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 개발사를 포함해 협회가 더 많은 기업을 대변할 수 있도록 회원사를 넓히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스타 개막일과 글로벌 기대작 'GTA 6' 출시일이 겹친 점도 변수다. 조직위는 'GTA 6'가 지스타 흥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나흘간 열리는 행사인 만큼 파장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GTA 6'는 지스타 개막일인 11월 19일 플레이스테이션5와 엑스박스 시리즈 X|S로 출시될 예정이다.
AI·웹툰·모빌리티로 넓힌 전시장
외연 확장의 첫 상징은 메인스폰서다. 올해 메인스폰서는 뤼튼테크놀로지스의 AI 스토리 창작 플랫폼 '크랙'이 맡는다. 게임사가 아닌 콘텐츠 플랫폼이 지스타 메인스폰서로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랙은 G-CON 최초의 단독 메인스폰서로도 이름을 올린다.
조직위는 AI와 내러티브가 현재 콘텐츠산업의 주요 흐름이라는 점에서 크랙과의 협업을 결정했다. 게임 전시회라는 기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게임 이용자와 만화·웹툰·팝컬처 향유층이 함께 찾을 수 있는 행사로 접점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메인 키비주얼은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의 이동건 작가가 제작했다. 공식 굿즈를 포함한 '스페셜 패스'는 트렌드 거래 플랫폼 KREAM을 통해 판매한다. 9월 1일부터 일주일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지스타 팝업스토어도 운영할 예정이다.
제2전시장 1층은 외연 확장 전략을 보여주는 BTC 특별 전시 구역으로 구성한다. 현대자동차는 특별 부스를 열고 '2026 현대 N 버추얼컵' 그랜드 파이널을 진행한다. 심레이싱 체험 콘텐츠와 현대 N 브랜드의 고성능 차량 및 경주차 전시도 준비한다.
인텔과 함께 조성하는 신작 체험존에서는 '토탈워: 워해머 40,000'을 포함한 세가 유럽 스튜디오의 미출시 작품을 선보인다. 코에이 테크모 게임스도 참가한다. 공개되지 않은 출품작 가운데 이용자에게 익숙한 타이틀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 조직위의 설명이다.
제2전시장 특설무대에서는 크랙의 파트너인 밴드 QWER의 미니 콘서트와 현장 이벤트가 열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게임문화축제 체험관도 같은 공간에 들어선다.
조직위는 게임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기업이 메인스폰서를 맡으면서 전시회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우려에는 선을 그었다. 외연 확장은 게임쇼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하며, 특정 산업의 전시회라고 해서 반드시 같은 산업에 속한 기업만 후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참가사 의존 낮추고 '지스타에서만 볼 것' 만든다
자체 기획 콘텐츠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G-CON 2026'이다. 11월 19일부터 20일까지 벡스코 컨벤션홀 그랜드볼룸에서 1500석 규모로 열린다. 올해 주제는 '내러티브'다.
장항준 감독과 이병헌 감독은 AI 시대의 '말맛과 맥락'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디즈니+ '무빙'의 박인제 감독과 캡콤 '프래그마타'의 조용희 디렉터는 서로 다른 매체에서 인물과 관계를 설계하는 방식을 논한다.
시프트업 김형태 대표와 미카미 신지의 한일 개발자 대담도 마련됐다. '파이널 판타지 VII' 원작 디렉터이자 리메이크 시리즈 프로듀서인 키타세 요시노리와 하마구치 나오키 디렉터는 원작의 유산을 새로운 세대의 작품으로 옮긴 과정을 소개한다.
CD 프로젝트 레드의 마르친 블라하와 필립 웨버는 '더 위쳐' 시리즈의 서사와 세계관 구축 경험을 공유한다. '하데스'의 그렉 카사빈, 음악감독 대런 코브, '리터널'의 해리 크루거, '디스패치'의 피에르 쇼레트가 참여하는 패널 토론도 열린다.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와 디즈니·픽사 김혜숙 애니메이터는 의인화 서사를 다룬다. '중증외상센터' 원작자 이낙준 작가와 'That Dragon, Cancer'의 라이언 그린은 개인적인 경험이 보편적인 서사로 확장되는 과정을 논의한다.
강연 이후에는 소규모 네트워킹 프로그램 '라운드테이블'을 신설한다. G-CON 관람객과 BTB 참가사, 인디 개발자 등이 별도 비용 없이 참여해 디자인과 아트, 음악 등 세부 주제를 논의할 수 있다. 전체 연사의 절반가량이 이번에 공개됐으며 2차 명단과 최종 일정은 9월 발표한다.
'지스타 인디 쇼케이스 2.0: GALAXY'는 제2전시장 1층에서 나흘간 운영한다. 디볼버 디지털, 디스코드, 스팀덱, 유니티가 참여해 각자의 콘텐츠 영역을 구성한다. 조직위는 게임을 나열하는 전시보다 개발과 유통, 엔진, 창작자 교류가 맞물린 인디 생태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소수의 게임을 20~30분 분량으로 깊게 소개하는 온라인 쇼케이스도 준비하고 있다. 여러 작품의 짧은 영상을 연이어 공개하는 기존 온라인 행사와 차별화하기 위한 기획이다. 참가 기업 및 출품작 협의가 마무리되면 9월 세부 내용을 공개한다.
BTB 문턱 낮추고 부산 전역으로 축제 확대
BTB 전시장은 비즈니스 라운지를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넓힌다. 스타트업과 소규모 개발사의 참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약 0.5부스 규모의 '라운지 부스'도 신설한다. 투자자와 벤처캐피털, 퍼블리셔를 연결하는 투자마켓과 네트워킹 파티도 운영할 계획이다.
입장권은 100% 사전 예매제로 판매한다. 조직위는 2024년 관람객이 벡스코 수용 수준을 넘어서면서 안전 문제가 제기된 뒤 지난해 판매 수량을 조정했다. 올해도 최근 3년간의 데이터를 토대로 적정 판매량을 산정한다.
부산시는 행사 기간 경찰·소방·의료 지원과 교통 대책을 운영한다. KTX 연계 승차권과 관광 패스를 마련하고 숙박요금 안정화를 위한 계도 활동도 벌인다. 부산역과 김해공항에는 웰컴 공간을 조성하며 센텀시티역 지스타 테마존과 지스타 IP 승차권, 광안리 특별 드론쇼도 준비한다.
지스타조직위원회는 9월 전체 부스 배치도와 추가 참가사, 출품작, G-CON 2차 연사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개막 전날인 11월 18일 열린다.
링크: http://www.gamey.kr/news/articleView.html?idxno=3018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