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어코리아=김경석 기자] 한화생명이 임직원 2,728명 전원에게 마이크로소프트의 생성형 AI 도구 'M365 코파일럿'을 지급하며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낸다. 그동안 금융권은 강도 높은 망분리 규제 탓에 생성형 AI를 업무에 들이기 어려웠지만, 올해 초 금융위원회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서 도입 물꼬가 트였다.
한화생명은 곧바로 전면 도입에 뛰어들지 않았다. 지난 5월부터 약 두 달간 시범 적응 기간을 두고 조직 전반에 코파일럿을 서서히 스며들게 하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이 기간 동안 전체 직원의 54.5%가 실제 업무에 도구를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쌓인 프롬프트만 15만 건, 만들어진 에이전트는 1,200개를 넘어섰다.
교육 열기도 뜨거웠다. 상시 온라인 강좌와는 별도로 실시간 온·오프라인 교육이 34차례 진행됐는데, 누가 시키지 않아도 2천 명 넘는 직원이 자발적으로 신청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참여 주축이 과장·차장급 중간관리자였다는 점이다. 문서 작성 실습, 사내 업무 채팅, 보고서 틀 자동 생성 같은 반복 업무 위주의 기능에 특히 반응이 좋았고, 교육을 마친 직원 10명 중 9명은 "실제 업무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화생명은 4월과 7월 두 차례 사내 바이브코딩 대회와 해커톤을 열어 AI에 능숙한 인재를 발굴했다. 총 285명이 도전장을 냈는데, 흥미롭게도 IT 개발 직군(95명)보다 투자·상품·경영지원 등 비개발 직군(190명) 참가자가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부서를 가리지 않고 AI에 대한 관심이 퍼져 있다는 방증이다.
이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들은 'AX프로젝트팀'으로 재편성됐다. 과거 AI 개발이 IT부서만의 몫이었다면, 이제는 현업 부서 인력이 직접 모델 설계에 참여하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이 팀은 상품 개발, 위험률 산출, CSM·수익성 관리 등 보험사 핵심 업무를 지원하는 AI 모델을 실제로 개발 중이며, 지난 7월에는 상용화를 염두에 둔 정식 조직도 새로 꾸려졌다.
시범 운영을 마친 한화생명은 이번 달부터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간다. 현업 부서가 직접 발굴한 업무 혁신 과제는 총 58개.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고난도 과제들로, IT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하나씩 구현해 나갈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AI 도구의 성과가 사용자 역량에 따라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그간 교육과 우수 사례 공유에 공을 들여온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사내 AI 인재풀을 지속적으로 넓히고, 이들이 주도하는 업무 혁신을 통해 회사의 AI 경쟁력을 키워가겠다는 방침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