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내년 여행의 ‘가성비’가 달라진다. 무조건 저렴한 항공권과 숙소를 찾기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험에는 돈을 쓰고,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는 ‘선택적 소비’가 여행에서도 뚜렷해질 전망이다.
스카이스캐너는 14일 서울 용산구 코튼클럽 사운즈 한남에서 ‘트래블 트렌드 2027’ 미디어데이를 열고 내년 여행시장을 관통할 키워드로 ‘더 제대로 쓰는 여행(Travel, Better Spent)’을 제시했다.

여행객들이 더 이상 ‘얼마나 싸게 다녀왔는가’만으로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 여행비를 줄이는 대신 자신에게 중요한 경험과 추억에 예산을 집중하는 가치소비 방식으로 ‘가성비’의 의미가 바뀌고 있는 셈이다.
이에 기반해 스카이스캐너는 2027년 주목해야 할 7대 여행 트렌드로 ▲굿즈 순례, ▲짐-케이션, ▲환테크 여행, ▲로그아웃 트립, ▲로컬 사운드 헌터, ▲N차 신혼여행, ▲문명 로드트립을 제시했다.

‘굿즈 사러 여행 간다’…여행 동기까지 바꾼 한정판
스카이스캐너가 제시한 7가지 트렌드 가운데 가장 소비 변화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굿즈 순례’다. 한국인 응답자의 61%는 최근 특정 장소에서만 살 수 있는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당 여행지나 매장을 직접 찾아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행 후 기념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물건이 있는 곳을 먼저 정한 뒤 여행을 계획하는 순서로 바뀐 것이다. SNS를 통해 지역 한정 상품이 빠르게 알려지고 구매 자체가 여행 경험으로 공유되면서 쇼핑이 관광의 부수적인 활동을 넘어 목적지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여행 가서도 운동…‘짐-케이션’ 부상
여행이 일상의 운동 습관을 끊는 시간이라는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인 응답자의 31%는 피트니스 시설을 고려해 숙소를 적극적으로 검색하거나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Z세대에서는 이 비율이 39%까지 올라갔다. 여행 중에도 운동 루틴과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려는 ‘짐-케이션’이다.

스카이스캐너 이용자가 호텔 검색 과정에서 ‘헬스 클럽’ 필터를 많이 사용하는 도시에는 서울과 방콕, 푸켓, 뭄바이, 뉴욕 등이 포함됐다. 평소 러닝을 즐기는 여행객이 뉴욕 센트럴파크 주변에 숙소를 잡고 아침마다 현지인과 함께 달리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좋은 헬스장을 갖춘 호텔뿐 아니라 러닝 코스나 산책로처럼 주변에서 운동하기 좋은 환경까지 숙소 선택 기준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환율도 목적지를 바꾼다…54% “여행지 변경 경험”
가격에 민감한 여행객들은 환율을 여행 의사결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인 여행객의 54%는 유리한 환율을 고려해 여행지를 바꿔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단순히 저렴한 항공권이 나온 곳으로 이동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같은 여행예산으로 현지에서 숙박이나 미식, 쇼핑을 얼마나 더 누릴 수 있는지를 계산해 목적지를 선택하는 방식이다.
항공권과 호텔 가격뿐 아니라 환율까지 여행비 계산에 넣는 ‘환테크 여행’이 하나의 여행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스마트폰 끄고 힐링 '로그 아웃 트립'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여행의 목적이 되는 흐름도 나타났다. ‘로그아웃 트립’은 휴대전화와 온라인 연결을 줄이고 여행지에서 보내는 순간 자체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한국인 응답자의 35%는 휴대전화 없이 외부와 연락이 끊긴 상태라면 여행 중 현재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Z세대의 30%도 여행 중 디지털 기기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끊는다고 밝혔다.
스카이스캐너는 이를 위해 반드시 장거리 오지 여행을 떠날 필요는 없다고 봤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한적한 도시에서도 일상적인 디지털 환경에서 벗어나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콘서트 대신 현지 소리 듣는 ’로컬 사운드 헌터’
음악을 따라 여행지를 고르는 방식도 보다 세분화되고 있다. ‘로컬 사운드 헌터’는 유명 팝스타의 대형 공연보다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재즈클럽과 작은 공연장, 이색 음악 페스티벌 등을 찾아가는 여행을 뜻한다.

한국인 여행객의 24%는 현지의 독특한 장소에서 음악을 즐기고 싶다고 답했고, 23%는 현지 바에서 음악을 경험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공연을 보기 위해 해외로 가는 여행 자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유명 아티스트보다 ‘그 도시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과 공간’을 찾아간다는 점이 달라졌다.
신혼여행도 ‘평생 한 번’ 공식 깨진다
결혼 직후 한 번 길게 떠나는 신혼여행 공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인 응답자의 31%는 여러 차례의 ‘미니 신혼여행’을 이미 경험했거나 앞으로 떠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결혼 직후 짧게 다녀오는 ‘미니문’에서 시작해 결혼 몇 년 뒤 다시 떠나는 기념여행까지 허니문을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여러 차례의 여행으로 나누는 ‘N차 신혼여행’이다. 한 번의 여행에 큰 비용을 집중하기보다 생애 주기에 맞춰 다양한 지역에서 로맨틱한 여행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선택지가 넓어지는 것이다.
영화 보고 유적 간다…‘문명 로드트립’
역사와 문명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여행지를 찾는 수요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인 여행객에게 여행 영감을 주는 요소로는 역사적 건축물이 44%로 가장 높았고, 역사적 인물 35%, 문명 서사를 담은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33%를 차지했다.

영상 콘텐츠에서 본 역사와 문명을 실제 공간에서 확인하려는 ‘문명 로드트립’으로 연결되는 흐름이다. 고대 문명을 다룬 콘텐츠를 계기로 시칠리아나 튀르키예의 역사 유적을 찾아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K콘텐츠가 해외 관광객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듯 해외 영화와 드라마, 역사 콘텐츠 역시 한국인의 다음 여행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2027년 여행, ‘최저가’보다 ‘내게 맞는 값어치’
올해 발표된 7가지 트렌드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공통점은 분명하다. 굿즈를 사거나 운동을 하고, 스마트폰을 끄거나 오래된 문명을 찾아가는 것 모두 여행객 자신의 취향과 일상을 여행 안으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여행비가 오르더라도 여행 자체를 포기하기보다 자신에게 중요한 항목을 골라 비용을 쓰는 경향도 같은 맥락이다.
제시카 민 스카이스캐너 여행 전문가는 "한국 여행객들이 단순히 저렴한 선택지를 찾기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에 비용을 쓰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80% “여행 줄이지 않는다”
내년 여행 수요도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스카이스캐너가 한국인 여행객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0%는 2027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여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세부적으로는 29%가 올해보다 더 많이 여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51%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여행 횟수를 줄이겠다는 응답은 7%에 그쳤다. 물가와 여행비 부담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행 자체를 포기하기보다 예산을 재배분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항공권에 올해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비용을 쓰겠다는 응답은 73%, 숙소는 68%였다. 여행 횟수를 유지하면서 핵심 비용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비용을 일률적으로 줄이는 ‘절약형 여행’보다 꼭 필요한 항목과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험을 선별하는 가치 소비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AI도 여행 검색의 일상으로
2027년에는 여행 계획에서 AI의 역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인 응답자의 61%는 여행을 계획하거나 예약할 때 AI를 활용하는 데 자신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활용하고 싶은 분야는 여행 옵션과 가격 비교가 34%, 일정 수립이 32%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에서는 향후 여행 계획에 AI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약 8%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 22%보다 약 3배 가까이 적었다. 그만큼 한국인들의 높은 AI 활용도가 드러났다.
내년 인기 여행지는 하코다테 ...일본 소도시 다시 뜬다
2027년 한국인 여행객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행지는 일본 하코다테로, 검색량이 443% 증가하며 1위에 올랐다.

이어 룩셈부르크(312%), 베트남 퀴논(274%), 중국 옌타이(246%), 일본 오미타마(199%)가 상위 5위권을 차지했다.
덴마크 코펜하겐(108%), 일본 고마츠(104%), 대만 타이중(98%), 미국 덴버(81%), 독일 뒤셀도르프(65%)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일본 도시가 3곳 포함된 가운데 유럽과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도시가 상위권에 진입해 여행 목적지에 대한 관심이 폭넓게 나타났다.
내년 주목할 만한 가성비 여행지는 '여기'
내년 항공권 가격 하락률을 기준으로 선정한 가성비 여행지에서는 일본 미야자키가 34% 하락하며 1위에 올랐다.

독일 함부르크(29%)가 뒤를 이었고, 호주 퍼스와 캐나다 밴쿠버는 각각 22%, 태국 치앙마이는 20% 낮아졌다.
일본 오비히로와 스웨덴 스톡홀름, 필리핀 세부는 각각 18% 하락했으며, 중국 선양과 오스트리아 빈도 각각 16% 떨어져 10위권에 포함됐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근거리 여행지는 물론 유럽·북미·오세아니아 도시까지 항공권 가격 하락 지역이 폭넓게 나타났다.
인기 여행지와 가성비 여행지 모두 일본 도시가 각각 1위를 차지하면서 2027년에도 일본 여행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도쿄·오사카처럼 익숙한 대도시에서 벗어나 소도시와 새로운 지역으로 관심이 분산되는 점이 눈에 띈다.
제시카 민 스카이스캐너 여행 전문가는 “신규 항공노선 확대와 엔저, 일본 소도시 여행에 대한 관심이 맞물리면서 하코다테의 검색량이 443% 급증했다”며 “문명 로드트립과 로그아웃 트립처럼 개인의 취향과 목적에 맞춰 특별한 경험을 찾는 여행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